작품 소개

데이비드 호크니 〈A Bigger Splash〉, 정지된 여름의 한 장면

누군가 막 물에 뛰어든 듯 물보라가 높게 솟아 있습니다. 그런데 그 장면만 빼면 모든 게 조용하죠. 사람도 없고, 바람도 느껴지지 않고요. 정지된 오후의 고요함 속에 유일하게 남은 움직임의 흔적, 그게 이 'Splash'예요.

데이비드 호크니의 대표작 〈A Bigger Splash〉는 그 정적과 순간 사이의 긴장을 담고 있는데요. 수영장을 그린 풍경화라기보다는,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남기고 간 흔적에 가깝습니다.





수영장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그림

이 작품이 완성된 건 1967년 4월에서 6월 사이. 호크니가 UC 버클리에서 강의하던 시기였습니다. 당시 그는 수영장 사진이 실린 책에서 인상적인 장면 하나를 발견했는데요, 그 이미지와 이전에 자신이 그려둔 캘리포니아 건물 드로잉을 함께 참고해 화면을 구성했어요.

책 속 수영장 구조를 가져오되 집의 형태와 다이빙보드 위치는 다시 배치했죠. 그렇게 지금 우리가 보는 것처럼 정갈하고, 비현실적일 만큼 조용한 장면이 만들어졌습니다.





점점 커진 세 장의 그림

〈A Bigger Splash〉는 단독 작품이 아닙니다. 수영장을 테마로 한 연작 중 하나예요.

1966년 로스앤젤레스에서 그린 소형작 〈A Little Splash〉, 중형작 〈The Splash〉를 거쳐 1967년 버클리에서 가장 큰 크기로 완성한 게 바로 이 작품이거든요. 이름 그대로 '더 큰 물보라'인 셈이죠.

세 그림 모두 로스앤젤레스 특유의 단정한 구조와 햇살을 배경으로 합니다. 사람은 거의 등장하지 않고요. 대신 물보라라는 단서만 남겨두고, 보는 사람이 직접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들죠.





천천히 그려낸 찰나

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화면 중앙의 물보라인데요. 보통 물보라를 그린다고 하면 큰 붓을 휘두르거나 추상적인 붓질로 마무리하기 마련이죠. 그런데 호크니는 정반대로 갔습니다. 사진을 참고해 물의 결과 투명도, 흐름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그려냈어요.

실제 눈으로는 결코 붙잡을 수 없는 찰나가, 사진이라는 매체를 거쳐 멈추고, 다시 회화로 옮겨지면서 완전히 다른 시간성을 갖게 된 거예요. 그림인데도 고속 카메라로 찍은 사진처럼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.



롤러로 칠한 배경, 붓으로 그린 물보라

재밌는 건 물보라를 뺀 나머지예요. 하늘과 건물, 수영장 같은 넓은 면은 리퀴텍스 물감을 롤러로 밀어 칠했거든요. 붓 자국 없이 색면을 평평하게 만드는 방식이죠.

그러니까 이 그림은 롤러로 만든 정적과, 세밀하게 그려넣은 순간이 한 화면에 공존하는 셈입니다. 게다가 그려진 화면 바깥으로 칠하지 않은 캔버스 여백을 남겨뒀는데요. 그림이 그 안에 한 번 더 담겨 있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.





그림에서 영화까지

〈A Bigger Splash〉는 회화로만 그치지 않았습니다. 1973년 잭 헤이잔 감독이 호크니와 연인 피터 슐레진저의 이별을 다룬 동명의 영화를 만들었고, 2015년에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같은 제목의 영화를 내놓기도 했죠.

그림과 영화가 직접 이어지는 건 아니에요. 다만 물보라라는 이미지가 감정의 파열음으로 반복해 소환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.





그릿시즌에서 만나보실 수 있는 건 테이트(Tate) 갤러리에서 직접 발행한 공식 아트포스터입니다.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이 라이센스를 갖고 제작한 정품으로, 원작의 색감을 가장 가깝게 옮겨놓았습니다. 여름 내내 시원한 인상을 주는 이 그림을 지금 그릿시즌에서 만나보세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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